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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비타민~♡/♡ 행복비타민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by 윈도아인~♡ 2013. 7. 1.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결코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간은 자연의 막내에 불과하다.

쐐기풀, 쇠비름, 엉겅퀴도 인간의 선배님이고
날파리, 풀모기, 굼벵이도 인간의 선배님이라니,
그대가 만약 소인배라면 내 말을 대단히 불쾌한 망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성경에 준한 창조론으로 고찰해 보아도
제일 나중에 만들어진 생명체가 인간이고
자연에 준한 진화론으로 고찰해 보아도
제일 나중에 만들어진 생명체가 인간인 것을.

세속을 떠도는 군기복음(軍紀福音) 23장 12절에 의하면
선배는 군,사,부(君師父)에 우선하나니,
즉 임금과 스승과 부모보다 서열이 높은 존재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선배를 존경하라.
선배를 존경하는 자에게는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행운이 따른다.

그대여,
나는 가끔 나의 대선배인 누에를 통해 거듭되는 희망을 배운다.
희망의 성장을 배우고 희망의 진화를 배우고 희망의 부활을 배운다.

누에의 한살이는 알에서 출발한다.
알은 일차원적인 생명체다.
하나의 점으로 붙박혀 무기력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알은 순리와 법칙에 따라 부화한다.
부화된 알을 우리는 누에라고 부른다.

누에는 이차원적인 생명체다.
자신의 몸을 움직여 면이동(面移動)을 한다.
한 자리에 붙박혀 있을 때의 알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누에는 뽕잎을 갉아먹으면서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 탈피를 위해 네 번의 잠을 잔다.
그리고 잠자기가 끝나면 고치를 만든다.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로 변한다.

절대 고독,
번데기는 캄캄한 고치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에가 만든 고치로 비단을 만든다는 사실을.
동서의 문명을 연결하는 저 장렬한 실크로드도
누에가 없었다면 절대로 존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누에의 희망은 비단이 아니다.

그대여,
번데기가 캄캄한 고치 속에서 절대 고독을 견디고
밖으로 나오면 날개를 가진 나방이 된다는 사실에 유념하라.
비로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음에 유념하라.

날개가 있는 곤충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날개가 없는 곤충들은 바닥을 기어다닌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날개를 가진 곤충들은 먹이를 축적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욕망을 탈피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짜를 바라지 않는다.
식물들의 꽃가루를 날라다 주거나
씨앗을 퍼뜨려 주는 공생행위로 먹이에 대한 고마움을 보상한다.

하지만 날개가 없는 곤충들을 보라.
날개가 없는 곤충들은 바닥을 비루하게 기어 다니면서
얻어 먹거나 뺏아 먹거나 훔쳐 먹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날개가 없는 곤충들을 싸잡아 벌레라고 부른다.

비유컨대,
인간도 날개가 있는 인간과 날개가 없는 인간이 있다.

나는 앞에서 누에의 한살이를 보여 주었다.
그대여 숙고해 보라.
그대가 알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그대가 애벌레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그대가 넉잠자기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그대가 번데기에서 희망을 멈추어 버린다면 어찌 날개를 가질 수 있으랴.
희망을 멈추지 않는 자에게만 희망은 성취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여,
그대가 만약 날개를 가지고 싶다면
누에의 한살이 중에서 특히 고치의 부분을 소중히 생각하라.
비록 그대에게 절대 고독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결코 도망치거나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 이외수, '날다 타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