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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의 사상 ♡/♡ 기(氣)철학

동양의학과 氣사상의 흐름

by 윈도아인~♡ 2012. 3. 17.

 

동양의학과 氣사상의 흐름

성주현/한양대교수

 

 

1. 머리말

 

일반적으로 동양의학은 철학 또는 동양철학적인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동양의학은 동양철학적인 방법에 근거를 두고 종합적인 생명현상의 동적(動的)인 관찰에 치중함으로써 내적 생명력을 근본적으로 배양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데 특징이 있다. 이에 반하여 서양의학은 자연과학에 기초를 두어 분석적이며, 세포조직을 통한 정적(靜的)인 관찰에 치중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외래적인 침해요소를 방어하고 제거하는 데 특징이 있다. 동양의학의 다양한 학문적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첫째는 동양의학은 종합치료의학이다. 질병을 국소적으로만 치료·처치하지 않고, 생체(生體) 전체 내에 어떤 이상, 변화가 일어나 그와 같은 질병이 생겼는가를 밝혀 전신적, 생리적 이상·변조를 조정해 줌으로써 질병이 낫게 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둘째 동양의학은 생명현상학이다. 인체를 해부하거나 실험·분석함으로써 그 진상을 파악하려 하지 않고 자연적 생체 그대로의 현상을 관찰하여 질병을 판단하고 치료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셋째 동양의학은 자연치료의학이다. 축농증 등 국소적인 질환도 그 원인을 국소에 한정시키지 않고 전신적으로 그 질병이 생길 수밖에 없는 어떤 조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수술하지 않고서 전신의 부조리한 상태를 개선해 줌으로써 저절로 낫게 하는 치료방법을 취하고 있다. 넷째 동양의학은 주증(主證)치료의학이다. 동양의학에서는 각 방면으로 증세를 종합한 증(證)을 판별하여 증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다섯째 동양의학은 개체성을 중시하는 의학으로서, 개인의 체질을 중시하여 그 특성에 맞게 치료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동양의학의 학문적 체계는 동양철학의 음양오행설을 그 기초로 하고 있다. 그리고 동양적 철학의 기본인 기(氣)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흔히 동양의학에서 논의하고 있는 기의 개념은 우주발생론적 관점과 인식, 인간을 비롯한 모든 만물이 기로서 형성되었다는 인체발생론적 인식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기의 개념을 우주의 기와 인체의 기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인식과 인체의 모든 생리 병리현상의 발현을 기의 유행변화하는 본성에 기초하고 있으며 동시에 여러 속성들이 상합하여 작용함으로써 비롯된다고 할 때 그기는 동양의학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에서는 고대 동양철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氣)가 동양의학 형성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동학의 지기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周易}과 精氣說

 

역사상 의학과 관련된 기록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국 은대(殷代) 유적지에서 도인(桃仁)·행인(杏仁)·욱리인(郁李仁) 등이 출토된 바 있으며, 갑골문자에도 물고기나 대추, 쑥과 같은 글자들이 질병과 관련된 기록이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고대의 각종 서적에서 약물을 설명하는 기록이 보이는데, {주역}에서는 8종, {시경(詩經)}에서는 291종, {상서(尙書)}는 20종이 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면 {산해경(山海經)}에 무려 353종의 약물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역}은 하(夏) 나라 시기의 역(易)인 [연산역{連山易)}, 은나라 시기의 {귀장역(歸藏易)}과 함께 널리 활용되었던 역의 하나지만 현재 전해지고 있는 것은 {주역}만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하(夏)·은(殷)·주(周) 나라로 이어지는 국가 계승관계에서 후대의 나라인 주의 통치이념이 전대의 은의 통치이념을 지배한 결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점을 보는 데 활용하는 책으로 알려진 {주역}은 천하의 보편적 진리를 밝히고 인간 자체의 착한 덕성을 실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로는 태극(太極)이 있어 하나의 원리로 만상(萬象)의 대우주를 통일하고, 아래로는 음양(陰陽)이 있어 신묘한 조화로 만물을 생성 변화하여 무궁한 발전을 기약하고 있다. 그리고 한 몸이 곧 소우주(小宇宙)이므로 안으로 타고난 본성의 근원에 깊이 통하고, 밖으로 자연의 창조와 변화 속에 함께 들어 진리를 밝히며, 인간의 심성을 바로잡아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당시의 역사적 자연을 포함한 사회 경제구조를 반영하고 있으며, 천문·지리·정치·법률 등을 비롯한 음식과 혼인의 풍습, 의약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역}은 단순히 길흉화복의 기복을 위한 책이 아니라 삶의 철학을 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역}에는 '동양의학(漢醫學)'이라는 하나의 학문을 이루는 요소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동양의학 이론의 형성이라는 과제를 형성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주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천인상응(天人相應)'이다. 즉 "하늘과 땅이 사귀어 만물이 다 통하게 된다(天地交而萬物通也, 泰卦 彖辭)", "하늘과 땅이 감응하여 만물이 화생한다(天地感而萬物化生, 感卦 彖辭), 또 "하늘에서는 현상(現象)을 이루고 땅에서는 형상(形象)을 이루어 변화가 나타난다(在天成象 在地成形 變化見矣, 繫辭傳 上)", 그리고 "역은 천지의 법칙에 준거하기 때문에 천지의 도를 두루 포섭한다. 우러러서는 천문을 보고, 굽어서는 지리를 살핀다. 이런 까닭에 유명의 한 원인을 안다. 사물의 시초를 미루어 사물의 종말을 생각한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정(精)과 기(氣)는 물(物)이 되고 떠도는 혼(魂)은 변(變)이 된다. 이런 까닭에 귀신(鬼神)의 정황을 알 수 있는 것이다.(易與天地準 故能彌綸天地道 仰以觀於天文 俯以察於地理. 是故知幽明之故. 原始反終 故知死生之說. 精氣焉物 遊魂爲變 是故知鬼神之情狀, 繫辭傳 上)"이라 하여 천지의 변화를 통해 만물의 변화를 파악했으며, 그리고 그 원인도 알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원기가 때로는 음기가 때로는 양기가 되는 것이 도(道)이다. 사람이 이 음과 양의 두 기운을 받아 끊임없이 키우는 것을 선(善)이라 하고 이것을 이룩해 놓은 것이 본성(本性)이라 한다.(一陰一陽之謂道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라 하고 있다. 여기서 이를 통해 몇 가지 중요한 요소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는 변화(變化)이다. 모든 사물에는 변화가 있으며, 이 변화를 통해서 존재의 있고 없음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 변화는 본질을 포함한 형상의 변화이므로, 이 변화를 통해 그 본질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천문과 지리는 모든 존재의 본질을 담고 있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과 드러나는 것 모두를 알 수 있다. 셋째는 정과 기가 물(物)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정과 기는 음양의 응축된 기(氣)이다. 이 기가 물이 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 변화로 말미암아 본질을 파악할 수 있기도 하다. 실예로 맥(脈)이 그러하다. 맥은 그때 그때의 생리 또는 병리상태와 기후나 감정 등에 의해서도 변하지만 이 변화로 인해 변화의 본질 즉 원인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화를 매개로 한 천인상응(天人相應)과 정기설(精氣說)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동양의학 이론의 근간으로 발전하였다.

한편 {주역}은 자연관찰을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사회를 하나로 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천지가 있은 연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은 연후에 남녀가 있고, 남녀가 있은 연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연후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연후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은 연후에 상하가 있고, 상하가 있은 연후에 예의가 있다.(有天地然後有萬物 有萬物然後有男女 有男女然後有夫婦 有夫婦然後有父子 有父子然後有君臣 有君臣然後有上下 有上下然後有禮儀)"라고 하였다. 그리고 괘(卦)의 경우도 사람의 신체의 일부로 대응하기도 하였는데, 건(乾)은 머리(頭), 곤(坤)은 배(腹), 진(震)은 발(足), 손(巽)은 다리, 감(感)은 귀(耳), 이(離)는 눈(目), 간(艮)은 손(手), 태(泰)는 입(口)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손(巽)을 사람에 비유하여 모발이 적은 것·이마가 넓은 것·흰자위가 많은 눈, 감(感)은 근심을 보이는 것·마음의 병·귓병·피, 이(離)는 큰 배·간(艮)은 손가락, 태(泰)는 입과 혀이라 하였다. 이러한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주역}의 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것은 우주와 소우주의 관계로 이해해야 가능하다 할 수 있다.

동양의학의 특징 중 하나는 예방을 중요시하고 있다. 병들기 전에 고친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의학의 목적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외적 요인보다 내적 요인을 더 중요시하는 동양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치료 역시 인체의 자기조절 능력을 전제로 이루어지며, 이런 의미에서 몸 안에 있는 음 또는 양의 기가 동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동양의학에서는 '치미병'의 목표가 외사의 생성이나 침입을 막는 것보다는 몸 안에 있는 기를 기르는데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주역}의 [이괘( 卦)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괘( 卦)는 마음이 바르고 곧아야 좋다고 하는 것은 양하는 것이 바르면 좋다는 것이다. 입의 턱을 살핀다는 것은 그 양하는 것을 살피는 것이다. 스스로 구실을 구한다는 것은 그 스스로 양하는 것을 살핀다는 것이다. 천지는 만물을 양하고 성인은 현인을 양하여 만민에게 미친다.( 貞吉 養正則吉也. 觀  觀其所養也. 自求口實 觀其自養也. 天地養萬物 聖人養賢 以及萬民)"하였는데, 즉 올바르게 기르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조건(觀其所養)과 주체적 조건(觀其自養)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천지(天地)에서 비롯되는데, 모든 사람이 이를 실행할 때 올바르게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기르는 방법은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도 있게 먹는 것(愼言語 節飮食)"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역}은 예방을 위해서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은 양생을 위한 외적 조건이며, 몸은 양생의 근본적인 기초가 된다는 점이다. 이 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를 이루고 있다. 다른 하나는 몸의 수양도 정신의 수양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이러한 예방과 양생은 {주역} 시대에 싹튼 이후 동양의학 이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몸과 정신의 수양은 같은 과정으로 보는 관점은 동양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도입되었다. 그렇지만 동양의학에서는 주로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리학처럼 정신적 수양이 좀더 강조되지는 않았다.

{주역}에는 이밖에도 의학과 관련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말린 고기를 잘못 먹어 중독이 되었다거나(  肉遇毒) 임신과 출산에 관한 내용(婦孕不育 失其道也)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외에도 질려(疾 ), 읍혈(泣血) 등 신체 부위나 질병과 관련된 용어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과 같이 {주역}의 천인상응, 정기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예방의학적인 내용은 동양의학 발전에 매우 중요한 기초이론으로 작용되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3. 노장사상과 精氣說

 

노장사상은 한 마디도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동양의학과 매우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노자의 사상은 어떠한가. 흔히 말하기를 "동양문화의 밑바닥에는 형체 없는 것의 형체를 보고, 소리 없는 것의 소리를 듣는 따위의 것이 숨어 있지 않을까"한다. {노자}에 있어서 형체 없는 형체와 소리 없는 소리란 그의 철학의 근본을 이루는 도(道)를 설명하는 말, 즉 수단이었다. 그리하여 이른바 도란 형체 있고, 소리 있는 모든 것이 그곳에서 생겨나고 또 그곳으로 돌아가는 이 세계의 근원에 있는 궁극적 실재였다. 인간을 포함한 만물은 생멸변화를 되풀이하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도는 만물의 생명과 변화를 초월하여 유구하며 무한하다. 유능한 존재인 인간이 유구 무한의 실재인 이 도에 대하여 근원적인 눈을 뜨게 되고 그 형체 없는 형체를 지긋이 바라보고 소리 없는 소리에 차분히 귀 기울일 때 자기가 본래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해나갈까, 또 인간이 참으로 산다고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 명백해진다고 가르치는 것이 노자철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철학적 사고의 틀은 철학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학에 응용되고 있는 것이다.

{노자}에서 음양에 관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강함과 부드러움, 있음과 없음과 같이 서로 대립적인 항목을 설정하여 이들의 상관관계를 설명함으로써 음양의 변증법적 의미를 매우 구체적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있음과 없음은 서로 생기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이루며, 길고 짧음은 서로 비교되며, 높고 낮음은 서로 측정하고, 노래와 소리는 서로 화합하며,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제1장)"는 내용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구부리면 다시 온전해지고 굽히면 다시 곧아진다. 파이면 다시 채워지고 낡으면 다시 새로워진다. 적어지면 얻게 되고 많으면 미혹된다(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幣則新 少則得 多則惑, 제22장)"라는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노자}는 대립물의 상호의존과 대립, 이를 통해 다시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노자}에서 보여지고 있는 변증법적 특성은 음적인 것을 강조하고 나아가 음양의 화합을 주장하는데 있다. 예를 들면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여린 것은 없지만 굳세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물을 이길 수 없다(天下莫柔弱於水 而功堅强者 莫之能勝, 제78장)",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며 다투지 않는다.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데는 머물기 때문에 도에 가깝다. 땅에 머물기를 좋아하며 그 마음은 깊은 곳을 좋아하고 믿음이 가는 말을 잘 하고 어짊을 나누어주기를 잘 하고 바르게 다스려짐을 좋아하며 알을 잘 하며 때에 맞게 움직이기 잘 하고 오로지 다툼이 없으니 허물이 없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제78장)" 등이 그것이다.

특히 {노자}에는 "도가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지고 양을 안아 충기로써 화를 삼는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제42장)"이라고 하였다. 이는 기의 성질이 전혀 상반되면서, 충기로서 조화되어 만물을 생성하는 원리를 밝히고 있는데, 동양의학 이론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동양의학의 목표가 모순의 조화에 있고 대립과 화합이라는 관계는 의학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자}는 양생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노자}의 양생에 관한 단편적인 내용보다는 {노자} 자체가 갖는 호흡이나 수련과 연관된 은유적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우며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제3장)"은 양생의 한 방법으로 읽히고 있다. 이와 같은 해석은 도인(導引), 조식(調息), 복이(服餌), 방중(房中) 등의 용어들과 마찬가지로 도교의학이라는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주역}에서 천인상응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만 {노자}에서도 천인상응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내경}과 대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사람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제25장)"라는 내용은 {내경}의 "도를 아는 사람은 음양을 본받고 술수에 조화되며 음식에 절도가 있고, 거기에도 일정함이 있다. 함부로 몸을 수고롭지 않게 하지 않기 때문에 형과 신이 모두 온전해질 수 있고, 나아가 본래의 품부받은 수명을 다할 수 있어 백살이 넘어야 죽게 된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노자}의 "움직이는 것은 차가운 것을 이기고, 고요한 것은 뜨거운 것을 이긴다(躁勝寒 靜勝熱, 제45장)"는 것은 "차가운 것은 혈을 상하게 하고, 더우면서 마른 것은 차가운 것을 이긴다(寒傷血 燥勝寒, {내경})"이라든가 "차가운 것은 뜨거운 것을 이긴다(寒勝熱)" 등과 같이 변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노자}는 동양의학 이론형성에 미친 영향은 양생술보다는 이러한 사상적 경향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장자}과 동양의학의 관계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장자}는 양생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혜군(文惠君)과 소를 잡는 요리사 포정( 丁)과의 대화가 나오는 [양생주(養生主)}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각의편(刻意篇)]에서 다루고 있는 호흡에 관한 기술이다. 이러한 양생에 관한 장자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법자연(道法自然)'과 '염담허무(艶談虛無)'이다. 이를 통해서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육체적인 측면에서 최고 경지인 진인(眞人)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진인은 동양의학에서 지향하는 이상형으로 그려지고 있다.

{장자}에는 {노자}보다는 구체적으로 의학적인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재유편(在有篇)]에 의하면 황제와 고아성자의 대화가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수일(守一)'의 개념이다. 일(일)은 기(氣) 또는 정기(精氣)에 해당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장자}에서 기는 인간을 포함한 만물을 구성하는 것이다. 즉 사람의 생명도 기가 모여서 형성되는 것이며, 기가 흩어지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기가 일단 사물을 형성하고 나면 수많은 변화를 거치게 되지만 '천하를 통틀어 하나의 기'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기를 온전히 지켜 음양 두 기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양생의 핵심이 되는 것으로 동양의학에 그대로 도입되고 있다.

한편 '정(靜)'은 기와 거의 같은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개염 역시 이런 관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장자}에서는 정기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장자}에서 보이는 정이라는 개념은 내용적으로 정기를 포함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관자}에 이르러서이다.

 

4. {관자}와 정기설

 

{관자}에는 이전까지 언급되었던 기(氣)나 정기(精氣), 신(神)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중에서도 정기의 개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관자}는 도가와 법가의 사상을 통일하고 있다. 도가 만물의 근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도가의 개념을 이어 받고 있다. "비가 있으면서 모습이 없는 것도 도이고 만물을 변화시키고 기르는 것은 덕이다.(虛而無形謂之道 化育萬物謂之德, [心術] 上)"에서 이러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도는 "뿌리가 없고 줄기도 없으며 잎도 없고 꽃도 없지만 만물이 이로써 생겨나고 만물은 이로써 이루어진다.(無根無莖 無葉無榮 萬物以生 萬物以成, [心術] 上)"로 이어지고 있다. 즉 도는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불 수 없고 그 소리를 들을 수도 없지만 만물이 이루어짐의 순서를 정하는 것(不見其形 不聞其聲 而序其成, [內業])"이라 하여 직접적인 감각이나 인식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러한 도의 규정도 도가의 도와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노자}와 {장자}가 도가 모든 것의 근원이라 하여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면 {관자}는 이에 비해 현실의 자연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즉 "도는 그것으로 형체를 채우는 것이다(夫道者 所以充形也, [內業])"라고 하였듯이 {관자}에서 도는 구체적인 사물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도는 정기의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물을 구성하는 보편적인 것으로서의 물질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관자}는 도는 인식만이 아니라 신체를 올바르게 가다듬는 수양론으로서의 의미도 아울러 갖고 있다. 이것을 정인지도(靜因之道)라 한다. 정(靜)이란 허정(虛靜)이며, 인(因)은 그것에 의존한다는 의미이다. 즉 주관이나 선입견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물 그 자체의 법칙에 따른다는 의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인지도는 가장 과학적인 인식을 통해 대상과의 일체를 이루는 방법인 것이다. 이는 인식론이기도 하며 수양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덕은 또한 도와 함께 하나의 짝을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정인지도를 통해 도와 덕의 최고 경지인 신명(神明)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관자}의 정기설은 고대의 기 개념보다 확대 발전된 것이다. {관자}는 고대 '기' 개념과 '정' 개념을 결합한 '정기'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정자산(鄭子産)의 물정설(物精說)을 이어 받고 있다. {관자}에 의하면 "기는 몸을 체우는 것이다(氣者身之充也, [心術] 上)"라고 하였듯이 기는 모든 만물의 근원일 뿐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정 역시 만물의 근원으로서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생명 역시 정의 작용에 의해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관자}에서는 기와 정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그 차이는 "정이란 기 중에서 정미로운 것(精也者 氣之精者也, [內業])"라 하여 정이 기의 정미로운 부분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차이는 {관자}에서 정과 기는 하나로 통일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관자}는 '정기일원론(精氣一元論)'이라 할 수 있다.

'정기'는 {관자}에서 가장 근원적인 개념이자 신명에 비견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정기'라는 용어는 {관자}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주역}에 의하면 "정기는 물이 되고 떠도는 혼은 변화가 된다(精氣爲物 遊魂爲變, [繫辭傳] 上)"이라 하여 사용된 적이 있지만 여기서는 정은 정신이나 만물의 근원으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다' 또는 '정밀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밖에도 정기의 용례가 있지만 {관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미와는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정기의 관념은 황노지학(黃老之學)에서 전면적이고도 고도로 발전한 이유는 황노학파가 양생을 추구하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즉 한(漢) 제국이 건국되면서 농민전쟁 이후 정치 형세에 적응하여 생산을 회복시키고, 봉건질서를 안정시키는 적합한 사상일 뿐 아니라 휴양생식(休養生息)이라는 사상은 한 제국 초기 경제를 회복시키고 정치를 안정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당시의 단순한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의학이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5. 동학의 지기(至氣)설

 

동학의 지기설은 동학이 갖는 우주 본체의 근원적인 진리를 의미하고 있다. 종교적 철학 내지 사상을 담고 있지만 고대에서 전해오는 기를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라는 것은 지극한 것이요, 기라는 것은 허령이 창창하여 모든 일에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고 모든 일에 명령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형상이 있는 것 같으나 형상하기 어렵고 들리는 듯 하나 보기는 어려우니 이것이 또한 혼원한 기운이니라(至者 極焉之爲至 氣者 虛靈蒼蒼 無事不燮 無事不命 然而如形而難狀如聞而難見 是亦渾元之一氣也, {東經大全} [論學文])"하고 있다. 여기서 지(至)라는 것은 지극한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극(極)은 궁극의 극치를 의미하며 무극 또는 태극을 의미하고 잇다. 그러므로 지기는 천지의 근본인 동시에 우주의 본체를 말하는 것이다.

원래 기(氣)라는 것은 동양철학에서 밝히고 있는 우주의 본체이다. 성리학에서는 우주의 정신적 본체를 이(理)라 하고 물질적 본체를 기(氣)라고 인식하였다. 그런데 동학에서는 보여주고 있는 지기는 단순한 물질적 본체로서의 기가 아니고 정신을 그 속에 내포하고 있는 우주의 궁극적인 본질을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기는 우주 본체의 원기(元氣) 활력(活力) 영기(靈氣)를 뜻하는 기가 된다.

이기설으로 볼 때 기는 이의 상대적인 물질적 질료를 의미하게 되지만 자기는 물질적인 뜻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기는 허령창창으로 표현되고 있다. 허령이 창창하다는 것은 기가 형체가 없는 영으로서 우주 안에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기는 원래 물질적인 것을 뜻하지만 '기' 앞에 '지'를 덧붙여서 이를 '허령'이라 한 것이다. 여기서 물질적인 기는 곧 영적 허령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기는 기이면서도 영기로서 물심 양면을 표현한 조화의 존재로 이하할 수 있다.

지기는 안으로 성령의 무형한 본능을 가지는 동시에 우주만물의 무한한 각종 형상을 생성할 외적 능력과 질료를 아울러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지기는 무한한 정신적 내지 물질적 능력을 스스로 지니는 조화의 신령한 존재로 인간의 성원에 감응하는 기화의 신임을 알 수 있다. 어느 일에든지 간섭하지 않음이 없고 어느 일에든지 명령하지 않는다는 것은 천지만물에 지기의 간섭과 명령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사람의 일동일정도 양생, 건강도 모두 지기의 간섭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모양이 있는 것 같으나 형상하기 어렵고 들리는 듯하나 보기는 어렵다는 것은 그 기는 무형한 허령으로서 천지만물을 화생한 것이므로 형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나 형상하기 어렵고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 '혼원한 기'이라는 것은 이 기가 모든 일을 간섭하고 명령한다고 해서 모든 기가 그러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기운으로 존재함을 말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기는 이위일체(二爲一體)의 영기로서 우주만물을 초월하는 동시 만물 속에 내재하여 만물을 간섭하고 명령하는 일원적 실재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지기설이 주기설에 가까운 것 같으나 그렇지 않고 성리학의 이기 양론의 논쟁을 극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기설에 이르기를 "태허는 허한 것 같으나 허하지 않는 것이다. 허는 기다. 허는 무궁하니만큼 그 크기가 밖이 없나니 기도 또한 무궁하여 밖이 없나니라(太虛 虛而不虛 虛卽氣 無窮無外 氣亦無窮無外)"라고 하였다.

이 주기설은 기가 홀연히 갈려서 음과 양이 되고 음과 양으로부터 천지만물이 질서있게 화생하고 전개되었다고 한다. 이 기는 우주만물의 본질이며 우주생성의 능력이고 불멸하는 실재라고 보았다. 그리고 기와 이는 하나로서 생성의 근원을 기라 하고 생성의 원인을 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기는 무시무종(無始無終)한 무궁한 실재로서 모든 생성의 근원적 힘으로 자족(自足), 자능(自能), 자율(自律)의 생성능력이라는 것이다. 즉 기는 가장 미세하고 가장 유동적인 우주의 원질로서의 존재로 모든 사물의 생멸이 이 기에서 취산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사상 속에 흐르는 기는 경외하고 섬기며 모셔야 할 인격적 또는 의지적인 존재로 승화하지 못하고 사람의 인식이 지배되는 관찰의 대상으로 그쳤다. 따라서 주기론은 주기설에 주리설과 맞서 이론적 논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한 점에서 지기설은 기를 지기라 하여 기화의 신으로 인격화하고 있다. 그 동안 전통적인 기설에서 보았던 존재의 근원적 힘으로서의 기, 우주 생성원리로서의 기, 삼라만상의 생성자료로서의 기로만 그치지는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지기는 앞에서 언급하였던 세 가지 속성을 가지는 동시에 나아가 모든 생명의 근원적 실체로서 인간의 성원에 감응하는 거룩한 기화의 신, 조화의 신으로 승화되었다.

따라서 기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일종의 근원적 에너지 같은 궁극적으로 어떤 물질로 파악하기 쉽지만 지기는 물질도 아니요 정신도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지기의 현실화 된 형태가 물질 또는 정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기는 존재양식으로서의 기(氣)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동학에 나타난 지기는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 스스로가 체험하고 있을 알 수 있다. 수운은 {동경대전}에서 "영부를 써서 물에 타서 마셔본 즉 몸이 윤택해지고 병이 낮는다(受其符 書以呑服則 潤身差病, [포덕문])"이라 하여 실제의 경함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부는 정성이 있어야 효험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주역}에서 보이는 '육체의 수양보다는 정신의 수양'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이 언급하지 있지는 않지만 "몸에 해로운 것은 또한 갑자기 찬물에 앉는 것이다(陽身所害 又寒泉之急坐, [수덕문])이라 하였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수운 최제우는 의학적 조예가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수운의 지기설을 이어받은 동학의 2세 교조 해월 최시형도 체험을 통해 인간 생성을 비롯하여 다양한 의학적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해월은 사람의 생성을 "사람이 잉태할 처음에 한 점의 물뿐이요. 1개월이 되면 그 물의 형상이 이슬과 같고, 2개월이 되면 그 물의 형상이 한 알의 구술과 같고, 3개월이 되면 화공현묘 조화의 수단으로 어머니의 혈기를 받되 태문으로 받아들이는데, 먼저 코와 눈을 이루고, 차차 형상을 이루고 머리가 둥근 것은 한울을 체로 하여 태양의 수를 상징하고, 몸의 넋은 태음을 상징하고, 오장은 오행을 상징하고, 육부는 육기를 상징하고, 사지는 사시를 상징하고 손은 마음내키는 대로 하는 바, 조화의 수단이므로 한 손바닦 안에 특별히 팔문, 구궁, 태음, 태양, 사시, 열두달의 수를 늘어놓아 화생한다"고 하여 기와 음양, 오행의 본질을 사람의 생성에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의학적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사람의 오행의 빼어난 기운이요, 곡식은 오행의 으뜸가는 기운이니, 젖이라는 것은 사람의 몸에서 나는 곡식이요, 곡식이란 것은 천지의 젖이다."

"사람이 어렸을 때 그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은 곧 천지의 젖이요, 자라서 먹은 것은 또한 천지의 젖이니라. 어려서 먹는 것이 어머니의 젖이 아니고 무엇이며 자라서 먹는 것이 천지의 곡시기 아니고 무엇인가. 젖과 곡식은 다 이것이 천지의 녹이다."

"세상 사람은 다만 부모의 기혈포태의 이치만 말하고 천지조화 기성이부의 근원을 알지 못하여 혹은 이기포태의 수를 말하되, 낙지 이후에 천포지태 자연이기의 가운데서 자라나고 있다."

"한울은 음양오행으로써 만물을 화생하고 오곡을 장양한 즉, 사람은 곧 오행의 가장 빼어난 기운이요, 곡식도 또한 오행의 으뜸가는 기이다. 오행의 원기로써 오행의 수기를 기른다."

"태극은 현묘한 이치니 환하게 깨치면 만병통치의 영약이 되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다만 약을 써서 병이 낫는 줄만 알고 마음을 다스리어 병의 낫는 것을 알지 못하며, 마음을 다스리지 아니하고 약을 쓰는 것이 어찌 병이 낫게 하는 이치이랴. (중략) 마음으로써 마음을 상하게 하면 마음으로써 병을 나게 하는 것이요, 마음으로써 마음을 다스리면 마음으로써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다."

"먹던 법을 새밥에 섞지 말고, 먹던 국 새국에 섞지 말고, 먹던 침채 새 침채에 섞지 말고, 먹던 반찬 새 반찬에 섞지 말라."

"질병은 사람이 다 수심정기하여 마음을 화하고 기운을 화하면 능히 면한다."

이와 같이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아직 한의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잇다. 그렇지만 동학의 지기설은 아직 동양의학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6. 맺음말

 

이상으로 동양철학 중 기(氣)의 흐름을 동양의학과 관련성을 살펴보았다. 일찍이 동양철학에서 바라보고 있는 기는 단순한 철학적 개념에서 벗어나 자연과학으로서의 인식도 포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는 종교적 철학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하였고, 동양의학의 기초이론으로서의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점을 보는데 사용하고 있는 {주역}은 천인상응과 정기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예방의학적 내용은 동양의학 발전에 매우 중요한 기초이론으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노장사상 역시 기의 성질이 서로 상반되고 있지만 충기로서 조화되어 만물을 생성하는 원리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원리는 동양의학 이론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는 동양의학의 목표가 모순의 조화와 대립과 화합이라는 양측면을 함께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자]의 정기설은 당시까지 전래되고 있던 기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한(漢) 제국이 건국되면서 농민전쟁 이후 정치 형세에 적응하여 생산을 회복시키고, 봉건질서를 안정시키는 적합한 사상일 뿐 아니라 휴양생식(休養生息)이라는 사상은 한 제국 초기 경제를 회복시키고 정치를 안정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더 나아가 이는 당시의 단순한 사회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의학이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끝으로 동학의 지기설은 우주 본체의 근원적인 진리를 의미하고 있으며, 종교적 철학 내지 사상을 담고 있지만 고대에서 전해오는 기를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운과 해월이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내용은 의학적으로 풍부한 이론을 형성하는데 뒷받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무극기(無極氣)는 동학의 지기설을 응용한 것으로 새로운 의학적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무극기 원리를 활용하고 있는 무극기수련원은 인류가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증례관찰의 형식을 빌려 의학적 연구성과를 적지 않게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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