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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의 사상 ♡/♡ 기(氣)철학

氣는 생명의 원동력

by 윈도아인~♡ 2012. 3. 17.

氣는 생명의 원동력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지식인들의 행동강령, 실천적 낙관주의

(맹웅재 / 원광대 한의학과 교수)

 

 


한의학에서는 인간을 소우주로 보고 천지 자연의 氣를 받아 태어났기 때문에 사람은 천지 자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인류는 자연계에서 생활하며, 자연계는 인류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공기와 음식 등은 자연계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內經내경》에서 천지 자연은 오기와 오미를 사람에게 먹인다(天食人以五氣 地食人以五味)고 하였다. 동시에 자연계의 변화는 항상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인체를 연구하는 한의학에서는 천지 만물을 해석하는 동양 전통적 방법인 陰陽五行說음양오행설과 三才說삼재설을 중심으로 파악하고 있다.

음양설은 자연계의 여러 가지 현상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대립되는 두 개의 측면이나 상대적인 속성을 음적인 것과 양적인 것으로 분석해 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하늘[天]과 땅[地], 해와 달, 양지와 음지,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남자와 여자, 아버지와 어머니, 둥근 것과 모난 것, 더운 것[熱]과 차가운 것[寒], 봄 여름과 가을 겨울, 낮과 밤, 흥분과 억제, 기능과 물질, 움직이는 것과 가만히 있는 것, 겉[表]과 속[裡], 위[上]와 아래[下], 등[背]과 배[腹], 경락과 장부, 육부와 오장, 기[氣]와 혈[血], 양경락과 음경락, 뜨는 것[浮]과 가라앉는 것[苞], 빠른 것[數]과 더딘 것[遲] 등에서 전자를 양이라 하고 후자를 음이라 한다.

五行은 자연계의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木, 火, 土, 金, 水의 다섯 가지 요소를 말하는 것으로 이것은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 金生水, 水生木 하는 상생관계와木克土, 土克水, 水克火, 火克金, 金克木 하는 상극관계가 있으면서 생극관계가 상대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데, 결국 목과 화는 양에 속하고 금과 수는 음에 속하며 토는 그 중간에 속하면서 목화금수에 모두 관계한다고 본다. 이러한 목화토금수 오행의 생극관계는 상생과 상극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되먹임될 수


인체는 천지 자연의 기를 받아 태어났고 폐를 통해 받은 천기와 비위를 통해 받은 지기로써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있는 최소단위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木火와 金水를 각각 양과 음으로 보면 삼재설이 되고 삼재설이 분화하여 오행설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에서 목의 속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은 자연계에서 동쪽·봄·바람·청색·신맛 등이 속하며 인체에서는 간·담·눈·힘줄·노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하고, 화의 속성에 해당하는 것은 남쪽·여름·더위·적색·쓴맛·심장·소장·혀·맥·기뻐하는 것 등이다. 토의 속성에 해당하는 것은 중앙·장마·습기·황색·단맛·비장·위·입·肌肉·슬퍼하는 것 등이고, 금에 해당하는 것은 서쪽·가을·燥·백색·매운 맛·폐장·대장·코·皮毛·근심하는 것 등이며, 수에 해당하는 것은 북쪽·겨울·한랭·흑색·짠맛·신장·방광·귀·뼈·두려워하는 것 등이다

한의학에서 氣는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고 활동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으로 기의 발생에 따라 크게 선천의 기[先天之氣]와 후천의 기[後天之氣]로 나눈다. 선천의 기는 부모로부터 받아서 생기고, 후천의 기는 태어난 뒤에 호흡의 기[天氣]와 음식물에서 받는 기[地氣]가 합쳐져서 생기는데 이것을 眞氣 또는 元氣·正氣라고 한다. 이러한 기가 있는 부위와 역할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눈다. 즉, 가슴 속에 있는 기를 大氣 또는 宗氣, 혈맥 밖에 있으면서 몸의 겉부분으로 들어오는 병적 인자를 방어하는 기능을 하는 기를 衛氣, 혈맥 안에서 몸의 영양을 돕는 기능을 하는 기를 營氣라고 한다. 그리고 오장육부에 있는 기를 해당 장기의 이름을 붙여서 肝氣·腎氣·心氣·脾氣·肺氣·胃氣·膽氣라 하고 中焦에 있는 기를 中氣, 경락에 있는 기를 經氣라고 한다. 기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로 기는 생명의 발생과 태어난 뒤의 생명의 유지와 유기체를 전일적으로 유지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기에서도 중요한 기는 神氣(정신활동과 관련된 기)와 心氣로 보고 각 장기 계통에 신기가 잘 도달되어야 할 뿐 아니라 심기가 실하여 혈을 잘 보내주어야 장기 계통들이 전일적이고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할 수 있으며 경락의 기도 경맥을 따라 온몸을 돌면서 자기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때문에 각 장기 계통의 기능 장애와 여러 가지 병적 현상은 기의 기능 장애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둘째로 기는 몸에서 동력학적 기능(에너지)을 한다고 보았다. 즉, 몸에서 여러 가지 물질이 운반되는 것, 피가 온몸을 도는 것, 소변이 나오는 것 등은 다 기의 동력학적 힘에 의하여 진행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의 기능이 장애되면 혈액의 순환, 물질의 대사, 배뇨 등에 장애가 생긴다고 보았다. 셋째로 기는 몸에서 물질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다. 즉, 氣化 또는 生化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의 작용에 의하여 음식물이 소화 흡수되며 여러 가지로 변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넷째로 기는 몸이 외부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經氣와 衛氣가 이 역할을 담당 수행하는데, 특히 위기는 몸에 들어오는 病因적 요소[邪氣]를 방어하는 동시에 우리 몸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기에 대한 이러한 견해로부터 한의임상에는 병의 예방과 치료에서 기를 다스리는 데 매우 중요한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氣 이외에 우리 몸에 아주 중요한 것으로 精과 神이라는 것이 있다. 정은 생명 발생의 기본이 되는 선천의 정과 생명활동을 유지시켜주는 후천의 정이 있는데 후천의 정은 음식물의 정기와 호흡의 기로부터 만들어지며 신장을 비롯한 오장에 저장되어 생명활동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신은 정신작용과 생명활동 기능의 총칭으로 부모의 두 정기가 합쳐져 자궁에서 배태하면서 생기고 생후에는 음식물에 의하여 영양된다. 그리하여 기가 모이면 정이 충만되고 정이 충만되면 기가 왕성해지며 기가 왕성하면 신기가 왕성하고 신기가 왕성하면 몸이 건강해지게 된다. 그리하여 정과 기와 신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면서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것을 삼보라고도 하며 온몸의 주재자라고도 한다.

한의학의 특징의 하나가 기혈의 운행을 맡고 있다는 경락학설이다. 경락학설은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신경이나 혈관의 기능과 비슷하면서 계통은 전혀 다른 것으로 침구학의 기본이론이다. 침구임상에서 침을 놓거나 뜸을 떠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모두가 이 이론에 의거한다. 이러한 경락 중에서 장부와 직접 관계가 있는 중요한 正經은 1년에 12달이 있듯이 12개가 있고 1년에 365일이 있듯이 360여 개의 경혈(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이 있다.

이 경락은 手太陰肺經수태음폐경으로부터 시작하여 手陽明大腸經수양명대장경→足陽明胃經족양명위경→足太陰脾經족태음비경→手少陰心經수소음심경→手太陽小腸經수태양소장경→足太陽膀胱經족태양방광경→足少陰腎經족소음신경→手厥陰心包經수궐음심포경→手少陽三焦經수소양삼초경→足少陽膽經족소양담경→足厥陰肝經족궐음간경으로 하여 다시 수태음폐경으로 흐른다.

그리하여 팔과 다리의 안쪽으로 흐르는 음경락 6개와 바깥쪽으로 흐르는 양경락 6개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6개의 음경락은 음에 해당하는 6개의 臟과, 6개의 양경락은 양에 해당하는 6개의 腑와 연결되어 내부의 장부와 사지 체표는 물론 눈, 귀, 코 등 모든 기관과 통하면서 우리 몸의 생리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인체 내에서 이러한 음기와 양기가 상대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건강한 상태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깨어져 음이나 양으로 편승되었을 경우 질병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고, 이렇게 편승된 것을 조절하여 정상적인 평형상태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원칙이며 이에 중요한 것이 한약이다.

진단은 바라보고 들어보고 물어보고 절진[望·聞·問·切]하는 네 가지 진찰법을 통하여 병증의 속성, 정기와 사기의 성쇠, 병의 깊고 얕음을 판단하는 방법인데 음양오행, 장부경락, 영위기혈 등의 기초이론에 입각하여 전체적인 측면을 진행한다. 아울러 계절·기후·풍토·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판단한다. 이러한 네 가지 진찰법 중 맥진이라는 것이 있고 맥진에서도 양쪽 손목 근처의 맥을 각각 寸·關·尺 세 곳에서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하여 왼쪽 손목의 寸部에서는 심장과 소장의 상태를, 關部에서는 간장과 담낭의 상태를, 尺部에서는 신장과 방광의 상태를 살펴보고, 오른쪽 손목의 촌부에서는 폐장과 대장의 상태를, 관부에서는 비장과 위의 상태를, 척부에서는 命門과 三焦의 상태를 살펴보는 방법을 쓰는데 각 부에서도 맥을 살짝 잡는 법[浮], 중간 정도 잡는 법[中], 깊이 잡는 법[沈]의 세 가지 방법을 써서 그 상태를 파악한다. 이러한 방법은 삼재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부분에서 전체의 반응을 보는 방법에 속하는 방법이고 장부의 기운을 한곳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약에는 四氣와 五味 그리고 升降浮苞승강부침하는 기가 있다. 사기는 寒·熱·溫·凉한 기운으로 한하거나 양한 약물은 음에 속하여 陽盛한 질병을 치료하고 온하거나 열성 약물은 양에 속하여 陰盛한 질병을 치료한다. 오미는 매운 맛·신맛·단맛·쓴맛·짠맛을 말하는데 매운맛은 발산하고 신맛은 수렴하며 단맛은 완화하고 쓴맛은 굳게 하고 짠맛은 연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이 오미는 장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신맛은 간에 들어가고 매운맛은 폐에 들어가며 쓴맛은 심에 들어가고 짠맛은 신에 들어가며 단맛은 비에 들어간다. 음식물의 오미가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장부 음양의 偏勝편승 偏衰편쇠를 일으켜 질병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오미의 치우침을 이용하여 장부간의 편승 편쇠를 조정한다. 예를 들면 매운 맛은 폐기가 울결된 것을 흩어지게 하고 단맛은 소화기의 이상으로 기육이 뭉친 것을 완화시키는 작용이 있으며, 간장에 들어가는 약은 초에다 초[醋炒]하고 신장으로 들어가는 약은 소금물에 초[鹽水炒]를 하여 쓴다. 오미의 작용을 음양으로 보면 매운 맛과 단맛은 양에 속하고 신맛과 쓴맛, 짠맛은 음에 속한다.

승강부침은 약물이 작용하는 부위를 말하는 것이다. 위로 올라가는 것을 승이라 하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강이라 하며 발산하는 것을 부라 하고 이뇨하는 것을 침이라 하는 것 등이다. 그러므로 승부하는 약물은 위로 올라가면서 밖으로 향하는 작용이 있어 양에 속하고 침강하는 약물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안으로 향하여 음에 속한다. 그러므로 양성에 속하는 열증에는 음성인 한량한 약물을 쓰고 음성에 속하는 한증에는 양성인 온열한 약물을 써서 음양의 기를 조절해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의학에서 보는 우리 인체는 천지 자연의 기를 받아서 태어났고 폐를 통하여 받은 천기와 비위를 통하여 받는 지기로써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로 말미암아 정과 신이 온전하게 보전되는 것이며 전신의 기혈음양이 정상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기혈음양의 균형을 잃을 때 질병이 발생하게 되고 질병의 발생은 외부로 나타나는 기의 이상으로 판단하며 침이나 뜸으로 경락의 기혈순환을 순조롭게 해주거나 약물의 기미를 이용하여 음양기혈의 기운이 평형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 한의학의 치료원칙이므로 한의학은 바로 기의 의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